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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혹은 잡상

[메모]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에게

FAQ 3. 모두가 뒤로 숨기만 하면 세상은 어떻게 바꾸나요? 계속 이대로 살라는 말인가요?


답) 원래 세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작업입니다. 옳은 일이라 하더라도 사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으며, 그 피해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이라 하더라도 직접 나서게 하는 것이 힘든 경우는 무수히 많습니다. 


먼저 나선 사람 입장에서 이들을 보면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쟤들은 뭐냐', '왜 비용은 지불하지 않으면서 단물만 가져가려 하냐' 하는 기분 들수 있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도덕적으로 비난해서는 곤란합니다.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 것이 단순히 ‘무임승차’를 바라거나 ‘용기 혹은 자부심’이 부족해서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는 것은 오만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지 않는 데는, 우리가 늘 알지는 못하는, 나름대로의 중요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세상이 바뀔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제 앞가림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일 수도 있고, 개인 사정상 나설 경우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밖에도 우리가 알 수 없는 이유가 많을 겁니다. 


이를 모두 무시하고 ‘너희들은 왜 비겁하게 나서지 않느냐’고 일갈하는 건 반발을 부른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도 어리석은 일이지만, 윤리적으로도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알지 못합니다. 멋대로 재단해선 안 되죠.


세상을 바꾸는 것은, 결국 세상을 바꾸겠다고 먼저 나서는 사람들이 주로 감당해야 할 몫일 수밖에 없습니다. 좀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지요. 지금까지 세상이 바뀐 방식이 그래 왔으니까요. 앞으로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고 싶다면, 함께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삿대질을 하는 대신에 설득을 해 보세요. 아니면 행동으로 무언가를 보여주거나. 사람들은 본인이 신뢰하는 사람을 따르거든요. 만화 송곳에 나왔던 대사였던가요. 사람들은 좋은 사람 말 듣지, 옳은 사람 말 듣는 게 아니라고. 


그래도 안 된다면? 할 수 없는 겁니다. 함께 할 다른 사람을 찾아보던가, 나중에라도 움직이길 기대해 보던가 해야겠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기까집니다. ‘먼저 나선 사람’을 자처하는 분이라면, 그 정도를 감당할 각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트위터에 나눠 올리기에는 분량이 많은 글이라서 블로그에 올리고 링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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