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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회장님 따님'의 횡포를 막는 방법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이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출발하던 항공기를 돌리게 하고 스튜디어스를 비행기에서 내리라 지시한 사건 때문에 여론의 돌팔매를 맞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기사(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이것이 왜 비난받을 일인지는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가 나왔으니 굳이 한 마디 더 얹지는 않겠습니다. 이 글이 다루고자 하는 주된 초점은 재발방지를 위한 해결책입니다. 무엇을 해야 이런 황당한 일이 더 일어나지 않게 막을 수 있냐는 것이죠. 사건이 났을 때 언론이 무엇을 중점적으로 보도해야 하는지와도 관련된 문제입니다. 



<악마를 지목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조현아 사건 같은 것이 터졌을 때 (진보) 언론이 해줘야 하는 역할은, 이를테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징벌적 배상 도입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것입니다. 재벌집 자제들의 후진 인성 공격하는 게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바뀌는 게 많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욕을 먹든 말든 조씨는 내일도 모레도 부사장입니다. 10~20년 후에는 '회장님'이 돼 있을 공산이 크죠. 힘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일을 저지를 때 인신의 자유, 재산, 권력, 지위 등을 잃게 만드는 환경을 구축하지 않으면 계속 저렇게 행동할 겁니다.


저들이 두려워할 만한 현실적인 힘을 만들어야 합니다. 징벌적 배상의 도입은 그걸 가능케 하죠. "내려" 한다고 내렸던 직원이 나중에 불법 명령이었다며 소송을 걸어 승소할 경우 개인 돈으로 몇십억을 물어내야 하는 환경을 만들면, '로열 패밀리'라도 진상짓 함부로 못합니다.


좀 더 왼쪽의 해결책을 선호한다면 독일식 경영 시스템을 도입하자고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자본과 같은 비중으로 참여하고, 기업 이사진의 절반 가까이를 직원들이 뽑는 시스템에서는 저런 경영진이 생존할 여지가 없습니다.[각주:1]


징벌적 배상이나 노동자 경영참여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써도 상관없습니다. 요점은 '저 사람 나빠요'에 그치지 말고 제도적 해결책까지 연결시켜 줄 필요가 있단 거죠.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사람들이 관심 갖겠습니까.


한국사회를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한 진보적인 해결책과 비전들을, 사람들이 관심 갖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소개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기회가 왔을 때, 예컨대 다음 선거에서 국회 의석비율이 역전되거나 할 때 입법이든 뭐든 할 수가 있겠지요. 





이상 트위터(@see_throu)에 쓴 글을 편집/수정해 블로그에 게재함.

  1. 독일식 노동자 경영참여에 대한 정보는 다음 기사를 참고. http://www.economyinsigh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8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