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

국회의원만 그런 게 아니야 정치부 기자들이 일반인으로부터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원수들처럼 싸우다가도 카메라만 꺼지면 '형님, 아우' 하며 사이좋게 지낸다는데 사실이냐?"라는 것이다. 답변은 이런 기사처럼 대체로 비슷하다. "그럴 때가 종종 있다"는 것. 이것이 너무나 낯선 광경이었기에, 정치부에 발령받은 직후엔 나름 컬쳐쇼크를 받았다고 회고하는 기자들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세간의 흔한 해석은 표리부동이다. 애초에 남들이 보는 앞에서 여야 간에 죽일듯이 물어뜯고 싸우는 건 '쇼쇼쇼'에 불과하며, 사적으로 친한 기득권끼리의 적당한 나눠먹기가 정치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런 냉소적 해석의 귀결은 자명하다. 역시 정치인들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종자들이며, 그러하기에.. 더보기
조선일보는 해도 되지만 김기식은 안 된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전방위적 사퇴 압박을 보고 있으면 어처구니가 없다. 역시나 한국 사회엔 얼굴 두껍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들이 너무 많다. 김기식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야당과 언론 얘기다. 김기식이 과거 의원시절에 피감기관 돈으로 '외유성' 해외출장을 다녀온 게 뇌물이고 부패이니 사퇴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한다. 근데 이 논리를 그대로 따라가면 잘라야 할 사람은 김기식 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대상이 바로 (야당)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이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 피감기관이 돈을 대는 외유성 출장이 관행이었다는 건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고, 마침 오늘 청와대 대변인이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니 이 글에서는 자세히 논하지 않겠다. 구설수에 오른 그 국회의원들 중에는 김성태 .. 더보기
박근혜는 왜 '당 대표 김무성'을 바라지 않았나 김무성이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압승이다. 청와대가 밀던 핵심 친박 서청원을 1만 4500여 표(8.1%) 차이로 제치고 대표직을 거머쥐었다. (기사 참조) 단순히 대표직만 김무성이 차지한 것이 아니라 비주류가 새누리당 지도부를 독식했다. 전 사무총장 홍문종을 비롯한 친박 인사들이 지도부 입성에 거의 다 실패했고 서청원만 초라하게 살아남았다. 김무성의 당권장악은 박근혜 집권기의 분수령이 될 만한 중요한 사건이다. 여당과 타협하거나 거래하는 대신 힘으로 눌러서 원하는 것을 얻던 박근혜의 통치전략이 1년 반 만에 파산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자칫하면 벌써 레임덕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중요한 것은 김무성이 박근혜 대선 캠페인을 지휘했다거나, 김영삼을 따르던 민정계 출신이라거나, 역사관이 보수적이.. 더보기
지방선거 결과분석: 팟캐스트 '야당은 졌다'를 들으세요 광역단체장은 야당이 한석 더 얻고, 나머지는 여당이 승리한 올 6.4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여러 해석들이 충돌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비슷한 일이 일어나곤 하지만, 유독 이번 들어 심하다. 겉보기엔 누가 이기고 진 것인지 애매한 결과다 보니 아전인수식 해석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편'에 유리한 해석들을 진영마다 각자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훌륭한 분석을 찾았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팟캐스트 '야당은 졌다'로, 6월 5일자로 출고된 방송이다. 뒤늦게 들었는데 상당히 괜찮은 분석이다. 원래는 지방선거 분석글을 따로 작성해 블로그에 포스팅하려 했으나 이 방송 듣고 접기로 결정했다. 덧붙일 내용이 많지 않다. 교육감 선거가 아닌 지방선거에 관해서라면 필요한 이야기를 대부분.. 더보기
교육감 선거, 왜 보수가 분열로 망했나?(2) [편집자 주] 이 글은 2014년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두 편으로 나누어 싣는 글의 2편에 해당합니다. 1편은 진보교육감이 전국적으로 당선된 원인을 짚는 글입니다. 2편에서는 왜 보수가 아닌 진보교육감만 단일화에 성공하는지 원인을 살펴보고, 교육감 정당공천제 논의를 다룹니다. 가급적이면 1편과 본문을 읽기 전에 포스팅 '고승덕은 어떻게 지지율 1위 후보가 되었나'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본문은 해당 포스팅의 문제의식과 분석방법을 이어받아 작성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1편에서 이어쓰는 글입니다) 5. 진보교육감의 전국적 압승이 단일화 효과 때문이라면, 이쯤에서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다. 그 좋은 단일화를 왜 보수는 안 하고 진보만 한 걸까? 원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 더보기
진보교육감 압승, 단일화와 우연의 산물(1) [편집자 주] 이 글은 2014년 교육감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두 편으로 나누어 싣는 글의 1편에 해당합니다. 1편은 진보교육감이 전국적으로 당선된 원인을 짚는 글입니다. 이어질 2편에서는 교육감 후보 단일화의 성공/실패를 가르는 메커니즘을 다룬 뒤, 교육감 직선제나 정당공천제 관련 논의를 살펴볼 계획입니다. 가급적이면 본문을 읽기 전에 포스팅 '고승덕은 어떻게 지지율 1위 후보가 되었나'를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본문은 해당 포스팅의 문제의식과 분석방법을 이어받아 작성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1.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2014년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압승했다. 17개 지역 중 13개에서 진보 교육감 당선자가 나왔다. 4년 전 선거에서 보수 교육감이 10명, 진보 교육감이 6명.. 더보기
고승덕은 어떻게 지지율 1위 후보가 되었나 [관리자 주] 이 글은 고승덕의 딸 고희경 씨가 등장하기 전에 쓴 글입니다. 1. 서울 교육감 선거 여론조사에서 고승덕이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내는 분들이 많다. 야당 지지층이 강세인 트위터 같은 공간에서 자주 보인다. '고시 3관왕'이다 뿐이지 초중등 교육에는 이렇다 할 식견을 보여주지 못하는 그가 선두를 달리는 것이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 기이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이론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지배적인 담론은 소위 '국개론' 계열이다. '고시왕이 교육감 하면 자기 자식들도 공부 잘 할 줄 아는 멍청한 학부모들' 때문에 선거가 이 모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와 같은 논평이 전형적인 사례다. 그러나 학부모의 굴절된 욕망이 고승덕의 인기 비결이라는 주장은 .. 더보기
문재인의 세월호 특별성명에 관한 단상 거듭 말하지만, 어제 박근혜의 대국민 담화는 각론상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나름의 종합적인 진단과 대책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무게 있는 한방이었다. 제1야당이 그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의미가 더 컸다. 안철수와 김한길이 진작에 이 역할을 했어야 하지만, 이분들은 오늘까지도 직무유기를 계속하고 계신다. 그 와중에 문재인이 나섰다. 약하게 해석하면 답답해서 하는 일일 테고, 강하게 해석하면 지방선거 이후 당권경쟁을 의식한 행보일 게다. 어쨌든 그가 움직였다. 문재인이 발표한 특별성명 전문은 여기(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새정련의 그 누구도 제대로 내놓지 않던 종합적 진단과 대책, 심지어는 비전까지도 살짝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런 시도는 일단 칭찬하고 봐야 한다. .. 더보기
1971년의 김대중 1971년 김대중 전 대통령 장충단공원 대통령선거 유세 연설문을 우연히 읽어보게 됐다. 별로 기대를 안 하고 봤는데, 읽다 보니 뭔가 '득템'을 한 기분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했다. 유튜브에서 오바마 연설을 처음 접했을 때 들었던 감흥과 비슷하다고 할까. 40년 전의 정치 연설 스타일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정치집회를 열면 100만명이 몰려들던 시절이고, 대학을 졸업하면 '엘리트'로 취급될 정도로 대중의 교육 수준이 낮은 시절이었다. 대통령을 '대표자'라기보다는 '나랏님'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던 시절이었고, 사람들은 강력한 지도자가 대통령이 되어 더 나은 세상을 가져다 주길 바랐다. 김대중은 이런 시대의 정치인은 어떤 말을 해야 지지를 받는지를 아는 사람이었다. 아주 쉬운 언어로 자기 정치의 내.. 더보기
'맷값폭행'과 통진당 부정선거의 공통점 1. 2년전 크게 화제가 됐던 '맷값폭행'이라는 사건이 있다. SK재벌 가문의 2세 최철원이라는 인간이 트럭기사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로 구타하고 "맷값을 받아 가라"며 2000만원을 던져줬던 일 되겠다. 당시 이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황당함으로 다가왔다. 쇠고랑 찰 게 뻔한 폭행인데,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어찌 감히 이런 일을 벌이는지 납득이 안 갔던 것이다. 그러나 최철원의 입장에서는 당시의 선택이 그리 비합리적인 일이 아니었다. 과거에도 해 왔던 행동들의 연장에 불과했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예전에도 유사한 일을 벌인 적이 많았다. 최씨가 회사 간부를 골프채로 때리고, 여직원에게 사냥개를 끌고가 위협하고, 직원들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킨 뒤 곡괭이나 삽자루 등으로 폭행했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