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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기동부연합, 해부당하다

경기동부연합 출신 인사들은 성남지역운동에 뿌리를 두고 활동했다. 참세상이 노동계와 진보운동진영 등 여러 경로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미희 당선자 등 서울대 출신 학생운동 그룹이 자리 잡은 터사랑청년회와 용인 외대 학생운동 그룹의 리더급들이 몸을 담았던 성남청년회, 분당청년회가 과거 경기동부연합의 핵심 동력이었다. <중략>


이석기 당선자는 용인 외대 82학번이며, 김미희 당선자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정형주 전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용인 외대 84학번이다. 김미희 당선자 이전에 성남중원에 출마했다 성추행 전력이 드러나 후보직에서 사퇴한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는 용인 외대 86학번이다. <중략>


경기동부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석기 당선자와 정형주 본부장, 윤원석 전 민중의소리 대표는 모두 민중의소리와 깊은 인연이 있다. 윤원석 전 후보는 민중의 소리 기자 성추행 이전까지 민중의 소리 대표를 맡았다. 정형주 전 위원장은 민중의소리 전신인 한국민족민주인터넷 방송 대표를 맡았고, 이석기 당선자는 민중의 소리 이사를 맡다가 민중의소리 계열사로 알려진 CNP전략그룹 대표를 맡았다. <중략>


경기동부연합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진보진영의 한 인사도 “이석기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의 성골이며, 이상규 당선자는 경기동부연합의 진골이라 할 수 있다”며 “이석기 당선자가 CNP전략그룹을 만들었고, CNP는 민주노동당 경기도당과 여러 대학 총학생회와 동아리 축제 등을 끼고 돈을 많이 벌었다. 이렇게 이석기 당선자가 경기동부 내에서 재정적인 전권을 쥐면서 조직의 실세 중 실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중략>


두 차례 진보교육감 선거에서 재정 등을 맡은 한 인사는 “CNP전략그룹은 2007년 권영길 대선 캠프 홍보물 등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성장했고, 이후 민주노총과 진보진영엔 CNP가 경기동부연합이 장악한 노조나 단체들의 각종 기획 선전물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고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는 CNP가 07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실력이 늘고 커졌다”며 “곽노현 교육감 선거 때도 CNP가 정상 절차를 거쳐 일부 홍보물을 맡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이석기 당선자, 경기동부연합 실세인가 듣보잡인가, 참세상, 2012.04.25


이번 총선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경기동부연합'이라는 단어가 그리 생소하진 않을 것이다. 이정희 선본의 관악을 부정 경선 파문을 계기로 십자포화를 맞으며 거의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계파이기 때문이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경기동부연합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의원 13석을 획득해 제3당으로 진입한 통합진보당의 주류세력(당권파)이다. 1980년대부터 운동권 최대 정파였던 민족해방(통칭 NL) 계열의 한 갈래이며, 민주노동당 분당과정에서 '종북세력'으로 호명되었던 세력이다. 최근에는 부정 선거의 진앙이라는 이미지로 언론에 여러 차례 노출되기도 했다. 관악을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데다, 통합진보당 안에서도 이런 사고, 저런 사고를 계속해서 친 결과다.


위에 인용한 것은 바로 그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해부한 기사다. 대중적인 영향력이 별로 없는 마이너한 매체의 기사지만, 실로 대단한 작품이다. 근래 봤던 정치 기사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명작이라고 할까. 표현이 좀 매끄럽지 않고 군데군데 논리적으로 다소 무리한 연결이 있긴 하지만 취재력과 심층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단언컨대, 지금까지 경기동부연합의 실체를 이보다 더 디테일하게 드러낸 기사는 없다. 이 기사는 특정한 정치 계파를 파헤친다고 했을 때 꼭 있어야 하는 핵심 요소들을 다 포함하고 있다. 주요 멤버들, 그들 간의 관계(인연), 핵심 조직, 자금줄 같은 것들 말이다. 정치적 노선에 대한 분석은 담지 않았지만, 그런 정보를 담은 다른 글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 별로 아쉬울 건 없다고 하겠다. 



핵심인사들이 같이 찍은 사진까지 구해서 걸어놓았다. 이 꼼곰함이라니. @참세상 홈피서 재펌



너무 자세히 묘사한 게 거슬렸는지, 해당 기사를 '신상털기'에 비유하며 못마땅해 하는 댓글이 있던데 좀 황당한 얘기다. 경기동부연합은 동네 조기축구회 같은 소규모 사적 모임이 아니라, 의회 제3당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메이저한 정치세력이다. 이런 계파를 움직이는 인물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건 저널리즘의 기본적인 책무다. 주간지에 '안철수를 움직이는 사람은 누구인가'나 '친박계 완전해부'와 같은 기사들이 뜨면 대체로 커버스토리로 걸리는데, 그건 그 기사들이 공중의 입장에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이 기사를 생산한 매체가 주류 언론이 아니라는 것. 좀 냉정하게 평가하면, '참세상'이란 매체는 독자가 그야말로 '한줌'에 불과한 군소 운동권 언론이다. 보통 이런 곳들은 기자들에게 쥐꼬리만한 월급 주는 데도 허덕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영세한 매체가 자원이나 인력 동원에서 훨씬 유리한 주류 언론보다 월등히 심층적인 분석을 해낸 것이다. 일종의 '틈새시장' 공략 사례라고 해야 할까. 진보진영에 대한 공격 의지는 충만하지만 그바닥 취재가 안되는 조중동과, 선거에 불리해질까봐 '진보의 치부'를 공격적으로 파헤칠 의지가 부족한 진보 언론 사이의 빈 공간을 파고든 것이다. 현재 한국 언론에 부족한 게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사례 같아 좀 씁쓸한 대목이다.


어쨌거나 경기동부연합에 대해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고 일독을 권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다.